독서 리뷰 4. 검은사슴 _ 한강

 

검은 사슴

제가 하고 있는 독서모임에서는 두 달에 한번 자유도서를 선정하여 각자 다른 책을 읽어오고, 같이 읽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있어요. 그때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를 매우 감명 깊게 읽어서 한강 작가님의 소설을 한번 더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여러 책을 고민하던 끝에 <검은 사슴>을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말과 기억을 잃어가며 사라진 의선을 찾아, 인영과 명윤이 서울에서 강원도 폐광촌으로 갔다 오는 여로를 뼈 대삼아 진행되는 이야기입니다.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검은 사슴’은 광부들이 광산에서 만날수도 있다고 나오는.. 깊은 땅속, 좁다란 바위틈에서 살아가는 환상 속 동물입니다. 검은 사슴의 소원은 평생에 단 한 번이라도 하늘을 보는 것이고, 만나는 광부에게 바깥으로 나가는 길을 알려달라 합니다. 광부는 그 조건으로 검은 사슴의 뿔과 이빨을 뽑아가게 되고 길은 알려주지 않습니다. 간절하게 햇빛을 원할수록 더욱 깊은 어둠 속으로 가게 되고, 밝은 세상에 나갔을 때 정상 기능을 할 수 없고, 녹아서 핑크색 웅덩이가 돼버리고 마는 검은 사슴은 소설 속의 의선과 닮아있습니다.

햇빛을 열망하며, 밝은 세상으로 나가고 싶어 자신의 뿔과 이빨(기억과 말)을 내어주고도, 그 공간에서는 정상적 생활이 불가능하여 사라진... 

 

인영과 명윤은 각자의 의선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함께 의선을 찾아나서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각자가 대면하게 된 저마다의 감정을 연약하지만 날카롭게 다루고 있습니다.  

# 이해의 범주

한강 소설의 묘미는 나는 과연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는가?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채식주의자 때도 그랬고, 평범함의 범주 바깥에 있는 사람이 등장하는 평범하지만, 없을 법한 이야기예요. 사람 각각을 부분 부분으로 뜯어보면 이해할 수 있지만, 전체를 보면 정말 어떻게 이런 사람들이 서로서로 인간관계를 맺고 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이야기를 따라가며 등장인물의 감정과 생각을 이해하다 보면, 세상의 이해 못 할 일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 어둠을 이야기 하는 방식

이 소설에서는 언제나 어두움 속에서 살았던 의선과, 주인공들의 심연을 사유하는 형식으로 어둠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광부의 이야기도 등장하게 되는데, 어둠을 그리는 방식에 집중하며 책을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밝은 사람이라 이런 어두운 류의 책을 별로 안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읽고 나서 누구나 어둠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하지만, 그 어떤 누구도 일정의 어둠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양의 차이겠지요.

 

어둡지만 방안에서 사유하며 겨울을 나기에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