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이 훌륭한 과학도 여성이 쓰는 SF소설은 어떠한지 궁금하여 읽게 되었습니다.
(1993년 생, 포스텍 화학 학사, 동대학원 생화학 석사)
저도 과학을 전공했던 사람으로.. 작가의 정서를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무엇이 우리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혐오와 차별, 모순으로 가득 찬 세계를 분투하며 살아가게 하는가!바이오센서를 만드는 과학도에서 이제는 소설을 쓰는 작가 김초엽. 어디에도 없는 그러나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상상의 세계를 특유의 분위기로 손에 잡힐 듯 그려내며, 정상과 비정상, 성공과 실패,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를 끊임없이 질문해온 그의 첫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관내분실》로 2017년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부문 대상을, 《우
book.naver.com
결론적으로 2019년에 약 40권 정도의 책을 읽었는데, 감히 말하자면 그중 베스트 3안에 든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이야기가 흡인력 있고 재미있어요. 제가 단편 소설보다 장편소설을 좋아하는 데도 불구하고, 소재가 신선하고 소재를 바라보는 시각이 신선해서 약간 두꺼운 편인데도 불구하고 엄청 빠른 속도로 읽었습니다.
총 7개의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저는 그중 재미있게 읽었던 일부를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아래에는 내용의 스포가 담겨있을 수 있습니다.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감동. 또 감동. '마을'에는 18세가 되면 시초지로 가는 순례 의식이 있습니다. 주인공은 순례를 떠난 사람이 전부 돌아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에 의문을 가지고 시초지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해합니다. 이 마을에 설립자인 릴리와 올리브의 이야기를 통해 궁금함을 해결하고자 조금 이른 시기에 시초지로 떠나게 됩니다.
시초지는 미래의 지구입니다. 미래의 지구는 유전자 편집기술을 가지고 인간배아 디자인을 하는 바이오 해커 '릴리 다우드나'로 인해 ‘완벽한’ 유전자의 선택이 가능해졌습니다. 인간배아 시술이 유행하면서 실패한 기형아들이 넘쳐났고, 반대로 완벽하게 설계된 '신인류'도 한 세대를 이룰 만큼 많아졌습니다. 신인류는 발전한 동부에 살고, 비개조인은 서부에 살면서 비개조인은 배제당하는 세상입니다.
올리브는 자신을 만든 릴리 다우드나를 찾아다닙니다. 릴리는 사실 오랫동안 자신의 삶을 증오했습니다. 얼굴에 흉터를 남기는 유전병을 앓고 있었고, 이것은 지구의 사람들에게 멸시와 혐오를 받기 충분했습니다. 릴리는 인간배아 디자인을 통해 태어나는 아이에게 아름다움을 선물하는 것이 일종의 선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릴리는 자신의 아이를 가지고 싶어 자신의 클론 배아를 만들고, 가장 좋은 특성들을 넣었는데 '결함'인 유전병이 발현하게 됩니다. 릴리는 그녀와 똑같은 유전병을 가진 것을 알았을 때 배아를 파기하면 되었으나, 악착같이 살아남아 삶의 가능성, 태어날 가치가 있었던 삶을 인증한 자신의 노력을 부정하는 행위를 할 수 없어 서로의 존재를 배제하지 않는 '마을'을 만들게 됩니다.
장애도, 차별도, 혐오도 없는 그리고 사랑도 없는 ‘마을’은 유토피아를 상상케 합니다. 하지만, 순례를 떠난 일부 아이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 것일까요?
올리브는 기록을 남긴 후 다시 지구로 돌아가 지구에서 생을 마치게 되는데, 분리주의에 맞서 그녀의 어머니인 릴리가 지구에 남긴 과오를 조금이라도 바꾸어 보려 하였어요. 올리브는 '사랑'이 그 사람과 함께 세계를 맞서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 세계를 바꾸지 않는 다면 누군가 함께 완전한 행복을 찾을 수도 없으리라는 사실을 순례자들은 알게 되고, 세상을 바꾸려 지구에 남아있게 됩니다.
무엇이 우리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혐오와 차별, 모순으로 가득 찬 세계를 분투하며 살아가게 하는지 이 소설은 깨닫게 합니다.
#스펙트럼
주인공인 '희진' 할머니는 우주 어딘가에 있을 외계 생명체를 탐사하기 위해 설립된 스카이랩의 촉망받는 연구원이었는데, 광자 추진체의 결함으로 할머니는 태양계 밖을 떠돌다 실종된지 40년 만에 구조되었어요.
할머니는 외계인을 만났다고 주장하였으나 정작 그 행성의 위치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입을 열지 않았고, 외계인이 실존한다는 증거도 전혀 내어놓지 못했어요.
하지만 할머니는 진짜로 밤마다 다섯개의 위성이 떠오르는 한 행성에서 이족보행을 하고 대화를 하고, 도구를 사용하는 지성을 가진 생명체를 만나게 되고, 외계인 '루이'의 소유물(?)처럼 외계행성 생활을 하게 됩니다.
이 외계종족(?)은 그림으로, 색채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그중에서도 '루이'는 하루의 거의 모든 시간을 도구를 깎고 그 도구로 그림을 그리는 데에 보냈습니다.
의사소통이 완벽히 불가한 타인을 어떻게 이해하는지를 그려내는 이 소설은, 할머니가 외계 행성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은 '루이'의 마음을 이해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공생 가설
'류드밀라'라는 화가가 그린 행성 시리즈 작품이 대중들에게 언제나 알수 없는 그리움을 불러일으켰고, 그녀는 언제나 인터뷰에서 그런 행성이 존재한다고 말을 하였습니다.
저의 석사 때 연구 주제와 비슷한 부분이 일부 있어서 너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저의 연구실에서는 학습의 패턴을 찾아내는 연구를 지속적으로 하였는데, 여기에서는 뉴런의 패턴을 읽고 피험자의 생각을 읽어내는 일을 하였습니다. 어른의 생각은 읽어내기 비교적 쉬웠는데, 아이의 생각을 추측하는 과정에서 이상한 점이 나타났습니다. 아이들의 머릿속에 우리와 다른 지성적 존재가 있는 것 같아 보였기 때문이죠. '그들'은 아이들에게 감정, 사랑, 마음, 이타심을 가르치려고 하는 것 같아 보였고, "우리가 인간성이라고 믿어왔던 것이 실은 외계성이었군요." 라고 말하는 관점이 흥미로웠다. '그들'은 류드밀라의 그 행성에서 온 것으로 추측되었습니다.
'그들'은 아이들이 자기 표현을 완벽하게 하기 시작하면 사라졌는데, '류드밀라'의 외로움을 알고 있는 '그들'은 류드밀라를 떠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보살펴 줍니다. 류드밀라 또한 '나를 떠나지 말아요'라는 연작을 통해서 '그들'에 대한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그들이 알려준 감정을 기억하고 있는 우리는 그들의 존재는 잊었지만, 그들의 존재를 기억하고 있는 류드밀라가 그린 그림을 보며 감동을 받는다는 설정이 너무 예쁘고 아름다웠습니다.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인류 최초의 터널 우주비행사로 선발된 최재경은 선발 당시 48세였습니다. 48세의 고령(?), 특별한 경력이 있는 것은 아니며, 한차례 출산을 겪은 동양인 여성이라는 사실이 언론에 공개되자 논란이 커졌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사이보그화를 거쳐 마침내 터널을 향해 인류가 최초의 캡슐을 쏘아 올리는 날이 다가왔으나, 캡슐이 추진체 불안정으로 터널에 진입하기도 전에 폭발해버리게 됩니다. 여기에 타고 있던 세명의 조종사는 사망하게 되는데요,
최재경의 추종자였던 가윤은 우주인이 되기 위한 인터뷰를 하며, 최재경이 사실 터널로 간것이 아니라 바다에 뛰어들어 사라졌음을 뒤늦게 알게 됩니다. 최재경의 딸 서희는 엄마의 마지막 CCTV를 보았는데 최재경은 한순간도 망설이지 않고 정확히 절벽으로 달려가서 정확히 바다로 뛰어내렸기에 자살로 볼 수없다고 생각하며, 엄마답다고 말합니다.
점점 사이보그가 되면서 심해 훈련을 받던 도중 가윤은 기묘한 자유로움을 느끼고, 인간이 자유를 느낄 수 있다면 그 자체가 목적이 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 순간 재경이 원했던 것은 터널로 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인간으로의 재탄생 그자체 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경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기대와 동시에 증오를 동시에 보내는 게 지긋지긋하고, 나는 할만큼(나의 존재로 하여금 타인에게 꿈과 희망을 응원하는 것)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굴레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바다를 택합니다.
미래세상에서도 약자를 바라보는 관점은 동일하다는 것에 무서움을 느끼고, 타인에 대한 시선의 매서움이 존재함을 다시 느끼며, 그렇지만 보다 따뜻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봅니다.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서 리뷰 9. 90년 생이 온다 _ 임홍택 (0) | 2020.01.14 |
---|---|
독서 리뷰 8. 82년생 김지영 _ 조남주 (0) | 2019.12.11 |
독서 리뷰 6. 페인트 _ 이희영 (0) | 2019.12.02 |
독서 리뷰 5. 진이, 지니 _ 정유정 (0) | 2019.12.01 |
독서 리뷰 4. 검은사슴 _ 한강 (0) | 2019.11.30 |